2014.05.10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단단히 마음을 잡고 (국가를) 개조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낸 국가적 위기를 ‘국가 개조'라는 사다리를 타고 넘으려는 것이다. 조만간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 신설, 관(官)피아 혁신, 육·해·공 교통수단의 안전 강화 등 수십 가지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도 깨알 같은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국가를 개조하려면 국가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의 형태와 기능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현대 국가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 기관이다. 국가를 가게에 비유하자면 대통령은 매니저, 공무원은 종업원이다. 세금을 내고 병역의무를 지는 국민은 가게의 주인이자 손님이다.

손님이 크게 상심(傷心)할 일이 생겨서 매니저를 불렀는데 매니저가 손님 앞에서 종업원만 질책한다면 손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더구나 손님이 가게 주인 아닌가.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초기 "내 탓이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던 까닭을 스스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손님이 화가 나 있으면 현명한 매니저는 손님의 불만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다. 이런 일은 제쳐두고 종업원의 편제와 근무 행태, 상품 종류와 구매처 등을 바꾼다고 손님이 손뼉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한 권력 실세가 "내가 박근혜 전 대표를 깍듯이 모셔온 것 같은데 (연장자인) 나를 머슴 대하듯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친이(親李) 세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박 전 대표를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린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17년을 생활했으니 그런 말을 들을 측면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머슴론이 지금 야권에선 '박근혜=박정희2.0론'으로 탈바꿈했다.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아버지를 닮았다거나 심지어는 교주적(敎主的) 통치를 한다는 비판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당대표 시절에 정당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데…” “집권 후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져왔는데…” 하며 서운해할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올 초 “국민 행복을 위한 일, 나라 발전을 위한 일 외에는 다 번뇌다.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마음먹고 있다"고 했다. 일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필자는 그의 애민(愛民) 의식을 의심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엔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왠지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박 대통령의 급선무는 정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는지 자신부터 성찰해 보는 일이다. 행여 시혜(施惠) 차원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려 했던 것은 아닌지, 혹시 본심(本心)과는 다르게 시대에 맞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의 편린이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일이다. 지금 손님들은 박 대통령이 참신한 인물들로 새 팀을 짜고 그 사람들이 권한을 갖고 신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매니저인 박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