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여야 이견 못좁혀 2002.02.26  

 

<황봉현> 국회 정보위원회는 26일 신건 국가정보원장을 출석시킨 가운데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테러방지법안 심의에 착수했으나 여야간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채 내달중 공청회를 연 뒤 다시 심의키로 했다.

   

김덕규 정보위원장은 "테러방지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청원이제출돼 있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어 내달 11일 공청회를연 뒤 12일 다시 법안을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측은 테러의 정의를 국제테러조직 또는 반국가단체와 연계한 테러활동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냈다.,한나라당의 수정안은 대테러센터 직원의 사법경찰권을 테러사범 수사로 구체화하고, 테러사건 수사를 위해 검사를 책임자로 하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도록 햇다. 또 군병력 지원은 국가대테러대책회의장인 국무총리가 대통령에 건의해 결정한 뒤 국방장관의 지휘명령을 받도록 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은 "정부안은 테러의 정의가 모호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군병력 등의 지원에서 지휘명령 계통이 불명확하며, 테러범죄수사권의 남용 소지가 있어 수정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천 민주당 의원은 "야당 수정안이 정부안의 골격을 너무 바꿨다"며 더 심의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수도방위사령부 총기탈취사건과 탈북귀순자 유태준 씨의 재탈북 과정 의혹, 국정원 직원들의 각종 게이트 연루의혹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강창성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는 총기탈취 사건에 관련된 불순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이번 사건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며 국방장관의사퇴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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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핑계, 테러방지법 억지 2002.03.20 

 

인권침해 논란으로 테러방지법 제정이 주춤하자, 이제 국정원과 민주당은 국제기구의 요구라는 궁색한 이유를 들이대며 끝내 입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아침 인권단체 대표단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김덕규 국회 정보위원장은 "4월에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이 우리나라에 오는데, 테러근절을 위해 지난 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아래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가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테러방지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IMF·유엔안보리 결의, 테러방지법 제정 여부와 무관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근거로 삼은 아이엠에프 및 세계은행의 방한과 유엔안보리의 결의 내용은 테러방지법 제정 여부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지난해 9·11 테러 이후 928일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1373은 테러 행위에 대한 자금줄 동결과 차단이 핵심인데, 이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등 현행 국내법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이미 지난해 연말 재정경제부가 밝힌 바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는 이밖에 테러행위에 개입된 단체나 개인을 지원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테러행위에 대한 정보교환 등의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한변협,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들은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 없이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관련 국가기관들 각자가 현재의 역할에 충실할 때 대응 가능하다고 수차 지적해 왔다.

 

또한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 관계자에 따르면, 4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한국방문은 전반적인 금융과 경제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며 대테러 관련 협의사항은 테러자금의 동결과 차단 시스템에 국한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아이엠에프가 테러자금을 추적하는 금융시스템의 평가를 맡게 됐다", "아이엠에프와 협의할 사항은 테러 그 자체가 아니라 테러자금 추적 금융시스템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기자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국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 어디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주로 국정원 쪽 얘기"라고 답했다. 결국 국정원이 유엔안보리, 아이엠에프 등을 핑계삼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도록 밀어붙이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반면,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의 대테러대책 활동을 규제하는 유엔인권위의 결의(2000/30, 2001/37)는 전혀 관심 밖에 놓여 있다.

 

국정원, 국제적 불이익 운운

 

한편, 이날 아침 최병모 변호사 등 인권단체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김덕규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모호한 테러 개념, 정보와 수사권의 결합, 계엄이 아닌 상황 하에서의 군병력 동원 등 현재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국제관계 등 변화된 상황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끝내 고수해, "새로이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과 평행선을 그은 채 면담은 끝났다.

 

이날 면담에 인권단체에서는 최병모 변호사, 진관스님, 박창일 신부, 임기란 민가협 전 회장, 조순덕 민가협 회장, 남상덕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이 참석했으며, 민주당에서는 정균환 원내 총무, 김덕규 정보위원장, 천용택 국방위원장, 함승희 제1정책조정위원장이 국정원 관계자 1명과 함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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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테러방지법안 통과 집착 2002.04.08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테러방지법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이번 4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존의 테러방지법안에서 국가정보원 직원과 검사가 지명하는 경찰관 등으로 구성된 대테러센터의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는 당초 규정을 삭제하고 대테러센터는 테러예방을 위한 정보활동만 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테러와 테러단체의 정의를 '국외테러조직 또는 반국가단체와 연계해 사람의 신체·생명·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 혹은 '테러 또는 테러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및 단체로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 등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는 테러방지법안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비껴 가면서 끝내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어서 무엇 때문에 민주당이 이토록 테러방지법 제정에 집착하는지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이와 관련, 울산대 이계수 교수는 "기존의 법·제도와 기구를 통해 테러방지·예방·처벌이 가능한데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면, 비밀정보기구(국정원)의 활동범위가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대테러센터가 국정원의 기능재편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민주당은 테러방지법안의 통과에 집착하는 이유를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주문하는 동시에 "단지 비판을 면하기 위해 법안에 부분적인 손질을 해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국가시스템의 상과 국민의 인권 보장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인권·사회단체들은 테러방지법안 통과 저지를 넘어, 첨단 기술을 통한 정보기구의 감시·통제가 강화되는 세계적 공안정국 흐름에 대항해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시스템 마련에 관해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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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아직 안심할 수 없다 2002.05.16

 

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와 국회 정보위의 테러방지법안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안의 발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국정원의 권력 확장 기도에 대해 테러방지법안의 통과 유무와 관계없이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4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보위의 민주당 간사인 문희상 의원은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테러방지법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월드컵 뒤에는 이 법을 처리할 의지도 동력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보위의 강영소 수석전문위원은 "월드컵은 국제행사의 하나의 예시였을 뿐, 테러를 대비해야 한다는 법안 입법의 취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법안 통과의 여지를 남겼다. 또 김덕규 국회정보위원장실에서도 "테러방지법은 월드컵 뒤에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사회단체들은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속적으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계수 교수(울산대)는 시민사회는 운동의 동력을 테러방지법안의 완전 저지 이후에도 정보기관 개혁 내지 해체 운동으로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정원은 테러방지라는 명목으로 체제 개편 및 확장을 시도한 셈인데,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든 안 되든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이 파생시키는 문제와 개혁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국정원의 예산내역이나 활동은 비공개라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 밖에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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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에 주눅든 용기, 국가인권위 법제개선 권고 2002.10.10

  

"정부부처는 저희 의견에 상당한 반응을 보입니다. 철저한 논리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하는데 (정부부처도) 받아들여야죠. '논리'가 중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위원회)'법제개선 권고' 활동에 대한 법제개선담당관실 김성준 과장의 평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는 위원회의 업무 중 제1항을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및 그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회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테러방지법에 대해 위원회는 올해 2월 제정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도로교통법시행령 개정령안 중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같은 달 위원회는 정부에 국제형사재판소 가입을 권고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 규정 비준안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물론 인권사회단체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권고'에 불과한 위원회의 결정을 다른 국가기관이 받아들인 데에는, 김성준 과장의 말대로, 치밀하게 짜여진 '논리'가 한 몫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현재 위원회는 인권과 관련되어 무수히 많은 법령·제도 중 위원장의 검토지시가 있거나 정부 입법예고안 중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원발의 입법안은 그 수가 많기도 하고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당위적으로 발의된 것도 있어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법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때 단체보다는 개인에게 자문을 구하며, 사건당 전문가 35명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따라서 인권단체들의 의견은 위원회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위원회는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NGO들로부터도 일정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라며, "인권단체들의 의견은 해당 정부부처에 직접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부연했다.

 

법제에 대한 권고나 의견표명은 정책소위원회나 전원위원회의 의결로 집행되지만, 안이 경미할 경우 법제개선담당관실에서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정책소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지거나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제개선담당관실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은 공개되지 않는다. 법제개선담당관실에서 법제개선 연구를 담당하는 직원은 김 과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충분치 않은 인력과 '권고'라는 권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분명 법제개선 권고를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위원회 스스로 인권의 영역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먼저 의원발의 입법안에 대해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법안을 심의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검토요청이 들어온 법안에 대해선 의견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김홍신 의원이 '성전환자 호적 정정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지만, 위원회는 의원발의 입법이란 이유로 의견표명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NGO들과의 거리두기를 이유로 인권단체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해 당사자와 거리를 두는 것을 오독한 것"이라며, "올바른 정책생산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지금까지 공익적 관점에서 일해 왔던 인권단체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등 사회권에 대해 인식의 깊이가 얕은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재 주5일제 도입 관련 정부입법안은 20인 미만 사업장의 주5일제 적용시기를 20077월 이후 대통령령으로 다시 정하기로 했다. 2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56%. 따라서 정부입법안은 향후 5년 동안 과반수 노동자들에게 주5일제의 혜택을 박탈하는 차별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아직까지 이를 인권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인권보장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져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 등은 1년이 넘도록 잠자고 있고, '삼청교육대 피해 배상법'의 경우는 89년부터 3차례나 국회에 제출됐으나 국회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하지만 '법안의 조속한 제정은 여야 의원들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국가기관의 부작위에 의한 인권침해 혹은 차별로 볼 수 있다"라며, "위원회가 의지만 있으면 (의견 표명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며, "잘못하면 독립적인 국가기관이라는 위상을 훼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타 국가기관과 교섭을 하거나 싸우려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상은 자유권 영역이나 고용, 재화이용, 교육 등의 문제로 국한되어 있다. 반면 법제개선 권고 대상은 헌법, 법률 그리고 국제인권조약에 다루는 인권문제를 망라한다. 이에 따르면 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인권과 관련된다. 따라서 위원회가 의지만 있다면 인권의 잣대로 이야기 못할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때 위원회는 '논리'를 이야기한다.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도록 치밀하게 논리를 구성했을 때, 다른 국가기관이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그러한 논리를 구성할 자신이 없다면, 중요한 인권문제라도 위원회의 입장 표명은 유보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위원회는 법제개선 권고의 대상을 보다 확대하려는 치열함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위원회에 절실한 것은 논리에 주눅들지 않는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