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8 朝鮮日報

미국 대선(大選) 1TV 토론은 26(현지 시각) 뉴욕주 롱아일랜드 헴프스테드에 있는 사립대 호프스트라대학교에서 NBC 방송의 심야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의 사회로 열렸다

미국이 나아갈 방향, 미국의 안보, 번영 확보 방안 등 3대 주제 아래 모두 6개 분야에서 분야별 15분씩, 90분간 토론이 진행됐다

두 후보는 분야별로 사회자의 공통 질문에 각 2분씩 답변한 후, 이후 10분간 자유토론을 했다. 무대 왼쪽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오른쪽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자리를 잡았다. 청중석은 양당 지지자들과 대학생 등 1000명이 차지했다.

이런 세부 사항과 토론 규칙은 모두 미 대선토론관리위원회(CPD)가 정했다. CPD는 토론 하루 전인 25"몇몇 규칙은 두 캠프의 합의로 만들어졌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사항은 동전 던지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장소는 각 당에 대한 지역별 지지 성향 등을 고려해 CPD가 정한다. 당초 이번 1차 토론 장소는 경합주인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라이트주립대였지만 라이트주립대 측이 지나친 보안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 등으로 개최를 포기하는 바람에 호프스트라대로 급히 변경됐다. 2TV 토론은 CNN 앵커인 앤더슨 쿠퍼와 ABC 마사 래대츠 기자의 사회로 미주리주 워싱턴대에서 청중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3차 토론은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윌러스가 사회를 맡는다. 장소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이다.

1987년 설립된 비영리기구인 CPD는 민주·공화 양당의 합의로 위원을 선출하며, 1988년 대선 때부터 모든 대통령 후보, 부통령 후보 간 토론회 운영을 담당해왔다.

미 대선 후보가 맞대결을 펼친 뉴욕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은 토론장만큼이나 바깥 분위기도 뜨거웠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날 저녁 학생회관과 광장 등 구석구석에 모여 생중계 토론을 지켜봤다. 학생 500여명이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세대 특성상 진보 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발언할 때마다 압도적인 박수를 보냈다. 토론 초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일자리 창출 방안과 관련해 동문서답을 계속하자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허탈하게 웃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가 '많이'라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bigly'라는 틀린 어휘를 썼을 땐 곳곳에서 코웃음과 깔깔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발언을 끊으며 세 번 연속 "아니다(Wrong)"고 우길 땐 일부에서 욕을 하기도 했다. 2학년생 앤드루는 "이게 트럼프의 현실"이라며 "이런 사람이 당선 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학생회관 행사장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발언에 기립 박수를 보낸 남학생은 술을 마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학생들은 클린턴이 인종차별 금지, 남녀 동일 임금 등에 대해 얘기할 때 열광했다. 트럼프의 '스태미나' 공격에 클린턴이 어깨를 들썩이며 재치 있게 맞받아치자 폭소하기도 했다. 토론 내내 트럼프의 열세가 이어지자 일부 학생은 "클린턴이 완전히 이겼다"며 야식을 사러 가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클린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존 포데스타는 토론 직후 밝은 표정으로 기자실을 찾아 "트럼프가 자기 무덤을 계속 팠다""아직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선택에 확실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26(현지 시각열린 대선 1차 TV 토론에서 클린턴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90분 내내 토론을 주도하며 트럼프를 약 올렸다"며 "트럼프는 냉정함을 잃고 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는 클린턴이 놓은 미끼를 계속 물어 공격을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CNN 검증팀은 토론 도중 트럼프가 "뉴욕시에서 살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자 "뉴욕시 살인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4.3% 감소했다"는 뉴욕 경찰청 통계를 제시했다지금 트럼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테랑 기자 18명으로 팩트 체크팀을 꾸린 NYT도 "우리는 한 해 8000억달러 정도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는 5000억달러였고 올해도 이와 비슷하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클린턴의 경우에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인 해킹을 부탁했다"는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AP통신이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팩트 체크 부문에서는 클린턴이 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1차 TV 토론에서 나온 거짓말을 세어보니 트럼프는 16차례클린턴은 0차례였다"며 "클린턴은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보다 교묘하고 기술적으로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ORC가 공동으로 실시한 TV 토론 시청자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62%는 "클린턴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더 잘했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무당파 유권자 과반(54%)도 "클린턴이 승자"라고 평가했다클린턴은 대통령직 수행 적합도(67% 대 32%), 주요 현안 이해도(68% 대 27%) 등에서도 트럼프를 압도했다.

자료=조선일보

월스트리트저널은 부동층 28명을 인터뷰해 "두 후보가 비겼다는 응답자가 17명으로 가장 많았지만트럼프가 이겼다는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며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는 무당파층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인터뷰한 정치 전문가 10명 중 7명도 클린턴의 승리라고 말했다공화당 소속인 존 르부티리에르 전 연방 하원 의원은 "클린턴은 침착하고 신뢰할 만하게 보였고트럼프는 정신없고 산만해 보였다"며 "토론 직후 풀이 죽은 트럼프 표정만 봐도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더힐'과 CNBC 웹사이트 방문자 대상 조사에서는 각각 58%, 61%가 트럼프를 승자로 선언했다다만 엄밀한 설문조사는 아니어서 신뢰도가 높지는 않다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아직 지지자들 위주로 의견을 내는 단계이기 때문에누가 이겼다고 단정해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TV토론 전부터 토론 공정성을 문제 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8400만명이 넘는 시청자 앞에서 판정패를 당한 이후에도 남 탓’ 공세를 쏟아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자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트럼프는 내게 불량 마이크를 준 것 같다며 토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TV토론 다음날인 27(현지시간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토론 사회자였던 레스터 홀트 NBC 앵커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토론 직후만 하더라도 홀트가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던 트럼프는 자신이 판정패했다는 여론을 의식한듯 180도 돌변해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홀트가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시 개인 이메일 사용과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사건에 대해 직설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며 토론 후반부엔 그가 나를 집중 공격했다고 비난했다또 그가 내게 매우 불공정한 질문을 했지만 나는 그에게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앞서 트럼프는 TV토론 전 홀트는 민주당 지지자라며 이번 토론은 사기라고 주장했다그러나 홀트는 2003년 이래 등록 공화당원이다.

방위비 분담과 북핵(北核) 문제 같은 한반도 이슈도 쟁점이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주장해온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론'을 거론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핵무기에 무신경한 트럼프의 태도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점을 둔 지구온난화보다 핵무기가 중대한 위협이라는 클린턴 주장에 동의한다"고 살짝 비꼬고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끄집어냈다

"미국이 일본과 독일·한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어해주는데 그들은 충분히 돈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손해를 보며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공평한 몫의 대가(방위비 분담금)를 지불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는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 미국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세계 경찰'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맺은 상호 방위조약을 존중한다는 것을 동맹국들에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북핵 위협에 대해 트럼프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최근 타결한 이란 핵협상 때 북핵 문제를 연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북한이라는 취지였다. 이에 클린턴은 "이란 핵협상은 이란 핵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된 매우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새롭게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클린턴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그동안 쇠락한 공장 지대인 중서부의 러스트벨트(Rust Belt)를 의식해 자신이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등 보호무역 성향을 보였는데, 이날 토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무역 쪽이었다. 세금 정책과 관련해서도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트럼프는 감세를 주장해 이견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 유세에서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이 체결한 사상 최악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했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지지했으며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FTA도 지지했다이는 나쁜 협정의 연속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각종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공략하는 주무기로 FTA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가 지난 15~21일 서베이몽키와 17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은 50%, 트럼프는 42%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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