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16.05.13

'도로 친박' 조짐에비박, 3의 길 찾나 

 

非朴, 일제히 '정진석 때리기'

"관리형 비대위는 親朴 뜻 반영"

정두언 "새누리, 이렇게 가다간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소멸할 것"

한편선 "할수 있는게 없다" 자조'4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와

 

새누리당 비박(非朴)계는 12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날 '혁신형'이 아닌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정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겸직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4·13 총선 패배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온 김무성 전 대표의 움직임도 최근 재개되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가 전열 정비에 나섰다는 관측이지만 총선을 거치며 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 때문에 비박계 일부에선 "이 당에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포문 재개한 非朴

 

정 원내대표는 전날 당선자 122명 설문 조사와 원내 지도부·당 중진의원 연석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친박계가 주장해오던 '관리형 비대위+별도의 혁신위' 방안을 차기 지도 체제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이날 "관리형 비대위는 친박계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우리 당이 과연 변화할 수 있는 당인지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그동안 전권을 쥔 '혁신 비대위'가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친박계는 전당대회를 준비할 '관리 비대위'를 두고 당 쇄신 작업은 별도의 혁신위에서 하자고 주장해 왔다. 하 의원은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은 (다음 주) 전국위원회에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도 했다. 비박계의 조직적 반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홍일표 의원도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것"이라며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서 두세 달이라도 뭔가 고통이 따르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새누리당은) 지금 이대로의 평온함과 안락함이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손도 못 써보고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중동(靜中動) 김무성

 

비박계의 중심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전망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도 비박계 의원들과 만나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당시 비박계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이 몇 표를 얻을지가 관심사였다""표 계산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매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박계가 결집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정은 예전 같지 않다. 이번 총선 결과 세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122명의 새누리당 당선자 중 70명 이상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원내대표 선거, 10일 비대위 구성 관련 설문 조사 등에서 번번이 친박계에 밀렸다. 친박계를 상대로 '전면전' 대신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박정계 개편?

 

비박계 일부에서는 "친박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더 이상 당내 투쟁은 무의미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당대회를 해도 친박계가 당권을 놓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뚜렷한 대선 주자가 있다면 당권은 친박에게 내주더라도 대선을 보고 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다른 비박계 의원은 "극소수이지만 비박계를 중심으로 제4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보수' 친박 새누리당과 '진보' 친노 더불어민주당, '중도 진보' 안철수 국민의당에 이어 비박계 중심의 '중도 보수' 4당을 만들어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새누리당은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영남 지역당으로 갔다가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소멸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년 () ·보궐 선거를 계기로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