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11.12. 선고 20156809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갖는 경우 부진정 부작위범에서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및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의 내용 및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判 決 전 문

사건: 20156809

판결선고: 2015.11.12

. 살인

피고인 1에 대하여 일부 제1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2 예비적 죄명: 유기치사

피고인 2에 대하여 인정된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2 예비적 죄명: 유기치사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 일부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유기치사

. 살인미수

피고인 1에 대하여 제1 예비적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2 예비적 죄명: 유기치상

피고인 2에 대하여 인정된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2 예비적 죄명: 유기치상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 인정된 죄명: 유기치

. 업무상과실선박매몰

. 수난구호법위반

. 선원법위반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일부 제1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유기치사, 유기치상, 일부 제2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수난구호법위반)

. 유기치사

. 유기치상

. 해양환경관리법위반

● 피고인(15: 선장 1/1등 항해사 1/ 2등 항해사 1/ 3등 항해사 1/ 항해사 1/ 조타수 3/ 기관장 1/ 1등 기관사 1/ 3등 기관사 1/ 조기장 1/ 조기수 3명)

1. .....자.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선장

2. ...라.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1등 항해사

3. ..라.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2등 항해사

4. ..자.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3등 항해사

5. ..자.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타수

6.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항해사

7.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타수

8.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타수

9. ..라.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기관장

10.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1등 기관사

11.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3등 기관사

12.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기장

13.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기수

14.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기수

15. ..아. 해당죄 피고인: 세월호 조기수

상고인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9에 대하여)

변호인법무법인 신광 외 6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2015. 4. 28. 선고 201449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서(보충), 의견서 등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살인·살인미수의 점에 대하여

. 부작위범의 법리와 선원들의 구조의무

(1) 범죄는 보통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실행되지만 때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다. 형법 제18조 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하여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적 의미에서의 부작위는 거동성이 있는 작위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무()에 지나지 아니하지만, 위 규정에서 말하는 부작위는 법적 기대라는 규범적 가치판단 요소에 의하여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는 사람의 행태가 되어 법적 의미에서 작위와 함께 행위의 기본 형태를 이루게 되는 것이므로,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보호법익의 주체에게 해당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살인죄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그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그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그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그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2951 판결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9354 판결 등 참조).

또한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 등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할 것이다.

(2) 해사안전법은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45), 구 선원법(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선장의 권한으로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6), 그 밖에 해원이 상급자의 직무상 명령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나 선장의 허가 없이 선박을 떠난 경우 등에 있어서 선장의 해원들에 대한 징계권( 22), 위험한 물건 등에 대한 대물강제권( 23조 제2), 인명이나 선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한 대인강제권( 23조 제3) 등을 규정하는 한편, 선장의 의무로서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된다.”( 10),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1).

이러한 선장의 권한이나 의무, 해원의 상명하복체계 등에 관한 규정들은 모두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관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선장을 수장으로 하는 효율적인 지휘명령체계를 갖추어 항해 중인 선박의 위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선박공동체가 위험에 직면할 경우 그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거나 구조세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의 태양, 구조세력의 지원 가능성과 그 규모,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구조계획을 신속히 수립하고 선장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선장이나 승무원은 제2의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고, 해당 선박의 해상여객운송사업자와 승객 사이의 여객운송계약에 따라 승객의 안전에 대하여 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모든 승무원은 선박 위험 시 서로 협력하여 조난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선박침몰 등과 같은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선박의 운항을 지배하고 있는 선장이나 갑판 또는 선내에서 구체적인 구조행위를 지배하고 있는 선원들은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보호능력이 없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익침해의 태양과 정도 등에 따라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인 구호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음에도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그대로 방관하여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그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2014. 4. 16. 08:52○○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멈춘 후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승객과 사무부 승무원 등(이하 승객 등이라 한다)이 안내방송 등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호의 선내에 대기하고 있고,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충분히 구조가 가능하며, 승객 등이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배가 더 기울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더욱이 피고인 9○○3층 복도에서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모여 있던 중, 자신의 바로 옆 복도에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구조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어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승객 등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909:38경 기관부 선실 복도에서 나와 09:39경 해경 구명단정을 이용하여 먼저 ○○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09:39경 피고인 9 등이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09:46○○호에서 퇴선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모 공동하여 ○○호에 남아있던 304명의 피해자들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고, 152명의 피해자들이 사망할 것을 용인하면서 퇴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는 바람에 사망하지 아니하였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지위와 부작위의 내용, 당시 상황의 흐름 등을 고려하여 위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 부분에 대하여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살인미수죄를 인정하였고,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는 부작위와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으며,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로 판단하였다.

. 상고이유의 요지

(1) 피고인 1

피고인 1은 퇴선 전에 퇴선방송을 지시하였고,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임무를 나름대로 수행하였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부정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 1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부작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부작위범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2) 검사

피해자 공소외 3은 피고인 1의 구조조치 불이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의 사망 결과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1등 항해사, 2등 항해사로서 피고인 1의 지휘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원들을 지휘할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인 1과 달리 취급할 수 없고, 구조세력과의 교신을 주도하면서 필요한 사항을 피고인 1에게 알리고 진행하는 등 당시 상황을 지배하였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피고인 9는 기관장으로서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승객 등에 대한 구호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등 승객구호상황을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구조세력만 기다리다가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퇴선 당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생존하고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 대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지위와 임무

피고인 1

피고인 1은 총 279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2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호의 선장으로 승선하였다. 피고인 1은 해원을 지휘·감독하고 여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운항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선장으로서,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고, 비상시에 조치하여야 할 해원의 임무를 정한 비상배치표를 선내의 보기 쉬운 곳에 걸어두고 선박에 있는 사람에게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여야 하며,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해운법에 근거한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퇴선, 인명구조 등 선원의 구호의무를 지휘하여야 한다.

피고인 2

피고인 2는 총 205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1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1등 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2는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장의 직무를 대신하고, 선장의 지휘에 따라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데 필요한 항해 및 화물의 적재, 고박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현장을 지휘하며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피고인 3

피고인 3은 총 24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3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2등 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3은 선장의 지휘에 따라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대기반을 지휘하거나 좌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피고인 9

피고인 9는 총 2411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1급 기관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기관장으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9는 기관부 선원을 지휘하며 선박의 엔진,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관리를 총괄하면서, 출항 전에는 주기관의 점검, 유류 적재 등을, 항해 시에는 주기관, 전기설비 등 각종 설비의 운전 및 보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기관사·조기수 등 기관부 선원이 구호의무를 이행하도록 지휘하여야 한다.

() 이 사건 사고 발생과 피고인들의 구조요청 등

2014. 4. 16. 08:52경 이 사건 사고로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멈추자, 각자의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피고인 1과 갑판부 선원들인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은 피고인 4, 피고인 5가 당직근무 중이던 조타실로 모여 상황 파악에 나섰고, 피고인 2는 복원성이 나쁜 상태에서 배가 좌현으로 많이 기울고,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펌프가 작동되지 않자 배가 곧 침몰할 것으로 인식하고 08:55경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 이하 ‘VTS’라고 한다)본선... ...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한편 사고 발생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9○○호가 급속히 기울어져 선수 갑판의 컨테이너가 좌현 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전복될 것으로 판단하여, 엔진을 정지시키기 위해 엔진텔라그래프 레버를 잡아당겼으나 불완전하여 엔진이 완전히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중, 피고인 1의 지시로 엔진을 완전히 정지시킨 다음 직통전화로 기관실에 전화를 걸어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들에게 기관실에서 나올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서 피고인 9는 피고인 1기관실로 내려가 봐라.”라고 지시하자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09:06경 그곳에서 기관실에서부터 올라 온 기관부 선원들인 피고인 11, 피고인 14, 피고인 13과 기관부 선실에서 나온 기관부 선원들인 피고인 10, 피고인 12, 피고인 15와 함께 대기하였다.

() 피고인 1과 피고인 2, 피고인 3 등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의 조치내용

당시 ○○호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승무원 33명 외에 443명의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부녀자와 노약자, 특히 수학여행을 가는 △△고 학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호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잘 통솔하여 이들이 이 사건 사고로 동요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승객들에게 선내방송을 통하여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선원들에 의해 어떤 비상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등의 구조 관련 상황을 반복해서 알림으로써 승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 사고 직후 이미 ○○호가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울고 선수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 등의 화물들이 좌현으로 쏠려 무너져 내리는 등 평소 복원력이 나빴던 ○○호가 곧 전복되어 침몰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으므로, 무엇보다도 퇴선이 불가피한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퇴선이 용이한 갑판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등 퇴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여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피고인 2가 구조요청을 마친 후인 08:58경 피고인 3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방송만을 지시하였을 뿐, 정작 선원들에게 승객 등의 퇴선에 대비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등 선박 위험 시 선장이 취하여야 할 지휘·감독상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을 비롯하여 조타실에 모여 있던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이나 3층 선실 복도에 모여 있던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비상배치표 등에 따른 임무를 수행할 시도조차 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각각 조타실과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며 진도 VTS 등과의 교신에 매달려 구조요청을 반복하거나 아무런 대책 논의도 없이 상황을 주시하기만 하였다. 그에 따라 3층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은 자세한 사고경위도 모른 채 위 방송지시에 따라 승객들에게 선박의 침몰상황, 구조계획 등에 대한 설명 없이 현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실시한 후, 그저 조타실의 추가 지시만을 기다리면서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을 반복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호의 승무원들 모두가 승객을 선내 대기 상태로 방치한 채 수수방관하는 동안, 09:13○○호 부근을 항해 중이던 □□□□□호가 진도 VTS의 구조요청을 받고 ○○호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호에 다가오면서 탈출을 하면 저희들이 구조를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고, 이후 진도 VTS와의 교신을 통해서 경비정 및 인근 어선들도 구조를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09:21경 진도 VTS □□□□□호로부터 지금 □□□□□가 지금 접근 중에 있는데 지금 그 어롱사이드(ALONGSIDE)가 할 수 없는 상태라 구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있다가 인명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음에도, 선원들을 지휘하여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퇴선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고, 조타실에 함께 있던 피고인 2, 피고인 3 등 나머지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도 교신내용을 듣고만 있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1○○호가 45도 이상 기운 09:23경 진도 VTS로부터 경비정 오는 데 15, 15분입니다.”,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그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꼭 착용을 하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최대한 많이 전파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고, 09:24□□□□□호 선장으로부터 맨몸으로 하지 마시고 라이프링이라도 하여간 착용을 시켜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추가 조치 없이 이를 묵살하고, 다시 09:25경 진도 VTS로부터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저 선장님께서, ○○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 갖고 지금 승객 탈출을 시킬지 최대한 지금 빨리 결정을 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교신을, 09:26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겁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 무렵 피고인 3으로부터 수차례 어떻게 할까요?”라고 하는 추가 대응지시를 독촉받고, 조타실에 있는 무전기를 통해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의 대피 등 추가 조치 요청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퇴선 등 구조조치에 관한 논의나 설명 없이 이를 모두 묵살한 채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 등 나머지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도 여전히 조타실에 머물면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의 위와 같이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승객 등의 구조방안을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의 조치내용

한편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면서 승객들이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선내 대기 중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각자의 선실에서 구명동의를 찾아 입는 등 자신들의 퇴선에 대비하였을 뿐 구명뗏목과 슈트를 투하하거나 승객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 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호에서 퇴선하기 얼마 전에 갑자기 조리수 공소외 1과 조리원 공소외 2가 차례로 우현 복도 쪽에서 기울어진 연결통로를 통해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이 대기하고 있던 좌현 복도 쪽으로 떨어져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이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퇴선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 퇴선명령 등 필요 최소한의 구조조치와 그 이행 가능성 등

승객 등은 08:58경 배가 기울고 엔진이 꺼진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갑판으로 나와서 침몰상황을 파악한 후 그에 따른 정보를 공유하고 생존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었고, 그 경우 적어도 경비정이 도착할 무렵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 등은 피고인 1의 지시에 의한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경비정이 도착할 때 및 그 이후까지도 선실 내부 또는 복도 등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호가 급박하게 침몰하고 있는 당시 상황에서 후속 조치인 퇴선준비나 퇴선명령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선내 대기 명령으로 인하여 구조세력이 도착하더라도 승객 등이 침몰하는 선박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익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좌현으로 기울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의 퇴선은 주로 좌현 갑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선체가 계속 기울고 있었으므로 많은 승객 등이 빠른 시간 안에 퇴선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동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선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선수와 선미 사이의 수평이동은 어렵지 않았고, 3층과 4층 좌현 갑판에는 난간과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운동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3층과 5층 사이의 상하 이동도 가능하였다. 그리고 3층의 경우 선체의 좌현 쪽 전체가 갑판이고, 4층의 경우도 갑판의 길이가 약 40m 정도 되어 승객 등이 대피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협소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카페리 여객선인 ○○호는 선체 아래쪽이 풍우밀구역으로 되어 있고 차량 등 화물을 싣는 공간에 격벽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바닷물이 침투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침몰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당시 ○○호가 계속 기울어져서 승객 등이 선내에서 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반면 사고 당시 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하였을 뿐 아니라 구조세력과의 교신과정에서 해경 등의 구조세력이 가까운 시간 내에 ○○호에 도달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으므로,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등 해원들은 승객 등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선장인 피고인 1은 승객 등이 선내에 갇히기 전에 퇴선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한편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에서 실시한 가상 대피 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호가 52.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객 등이 탈출을 시작하였다면 약 928초 안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으므로 늦어도 09:26경까지 승객 등이 탈출을 시작하였다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되기 전에 ○○호를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는 적시의 퇴선조치 또는 유보갑판 등으로의 퇴선준비 조치는, 조타실 내의 방송장비 또는 선내 전화기를 통한 안내방송, 무전기를 통한 사무부에의 지시, 비상벨의 이용 등 조타실에 있었던 선원이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방법으로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선원들이 직접 객실이 있는 3층과 4층으로 이동하여 승객 등에게 퇴선을 알리거나 유보갑판으로 유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109:34○○호의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기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09:35경 해경 경비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퇴선명령 등 퇴선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등 나머지 선원들도 그와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승객 등은, 해경 등 구조세력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음에도 구조가 가능한 적절한 시점인 이른바 골든타임'이 다 지나갈 때까지 ○○호의 침몰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반복적인 선내 대기 안내방송 등에 따라 막연히 선내에 대기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 피고인들의 퇴선행위와 사고 발생 후의 피해상황

피고인 9는 위와 같이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과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만 하고 있다가 09:38경 해경 구명단정이 ○○호의 좌현으로 접근하자 피고인 10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에게 3층 복도와 연결된 좌현 쪽 출입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탑승하면서 자신이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10 등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피고인 9의 지시에 편승하여 승객 등에 대한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피고인 9와 함께 ○○호에서 퇴선하였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 피고인 3 등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은 09:37경 이후 진도 VTS로부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이 ○○호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 승객 퇴선유도 등 승객 등을 구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승객 등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등의 구조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09:39경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이 퇴선하는 것과 전방에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곧바로 조타실 좌측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차례로 윙브릿지로 나간 후, 09:46○○호의 조타실 앞에 도착한 해경 123호 경비정에 탑승하면서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퇴선하였고, 퇴선 이후에도 해경에게 승객 등이 선내 대기 중인 사실 등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결국 승객 등은 구조세력이 도착한 이후에도 퇴선명령이나 이에 수반되는 퇴선유도 등 퇴선 상황에 따른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막연히 퇴선지시를 기다리면서 선내에 대기하다가 09:47○○호의 3층 난간이, 09:504층 난간이 완전히 침수되어 출구가 차례로 폐쇄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선체를 빠져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해경 등의 구조활동에도 불구하고 303명이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고, 152명은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었으나 ○○호가 갑자기 기울어질 때 또는 탈출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 퇴선방송 지시 관련 주장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 부작위에 의한 살인 관련 주장에 관하여

1) 먼저 피고인 1의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승객 등의 구조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선장으로서, 퇴선명령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선내 대기 상태에 있는 승객 등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승객 등의 퇴선 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선원의 비상임무 배치를 지시하는 등 승객 등의 인명구조를 위한 조치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을 가진 지위에 있었으며, 당시 피고인 3에게 승객으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지시하여 ○○호 승무원들이 피고인 1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편 승객 등은 이 사건 사고로 ○○호가 침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인식과 판단에 따라 스스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선장인 피고인 1의 지시에 의한 선내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기울어져 가는 ○○호 선내에서 해경 등 구조세력을 기다리며 마냥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당시 사태의 변화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당시 ○○호가 상당한 정도로 기울어져 좌현과 우현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승객 등에 대한 구조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였고, 무엇보다 적절한 시점의 퇴선에 대비한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만으로도 상당수 피해자들의 탈출 및 생존이 가능하고, 이러한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은 조타실 내의 장비이용 등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충분히 이행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 1은 적어도 승객 등이 선내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침몰하는 ○○호 선내에 계속 대기하다가 탈출 자체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황만큼은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에 대한 퇴선조치 없이 갑판부 선원들과 함께 해경 경비정으로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퇴선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승객 등이 스스로 ○○호에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피고인 1의 이러한 퇴선조치의 불이행은 승객 등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고, 승객 등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는 작위행위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 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피고인 1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승선경험이 풍부한 선장으로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호의 승객 등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호의 침몰상황이나 구조세력과의 교신내용 등을 통하여 지체할 경우 자신의 명령에 따라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이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승객의 안전에 관하여 아무런 논의나 설명도 없이 해경 등 구조세력의 수차례에 걸친 퇴선요청마저 묵살하고 승객 등을 선실 내에 계속 대기하도록 내버려 둔 채 해경 경비정이 도착하자 승객 등보다 먼저 퇴선한 것이므로, 이는 구조작업이나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피고인 1은 퇴선 직전이라도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에게 직접 또는 다른 선원을 통하여 쉽게 퇴선상황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것마저도 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해경 경비정에 승선한 후에도 구조세력에게 선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하여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탈출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상황을 그저 방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1의 이와 같은 행태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하여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끝으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승객 등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해경 등 구조세력의 퇴선요청에 따라 퇴선 대피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승객 등을 퇴선하기 좋은 외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호장비를 작동시키는 등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하였다면, 적어도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익사자 303명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1의 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 부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작위범 및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살인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의 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 피해자의 경우 이 사건 사고 관련 나머지 실종자들과는 달리 ○○호가 침몰할 때까지 선체 내부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망시점이나 사망원인을 알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 1의 행위와 위 피해자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살인·살인미수의 점에 관하여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위 피고인들이 간부 선원들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승객 등을 구조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태를 방관하여 결과적으로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 등이 탈출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또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우선 피고인 1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조타실로 복귀하여 조타실 내 평소 지휘 장소인 해도대 부근에 머물면서 피고인 9에게 엔진정지를 지시하거나 피고인 2, 피고인 3 등 조타실에 있던 나머지 갑판부 선원들이 구조세력과 교신하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피고인 3에게 승객들에 대한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한 후 구조세력의 퇴선요구와 이에 대한 피고인 3의 대응지시 요청 등을 받고도 모두 묵살하여 승객 등의 선내 대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등 퇴선할 무렵까지 선박의 안전에 관한 선장으로서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사태 변화를 주도하거나 조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비록 간부 선원이기는 하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선박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각자 비상임무를 수행할 현장에 투입되어 선장의 퇴선명령이나 퇴선을 위한 유보갑판으로의 대피명령 등에 대비하다가 선장의 실행지휘에 따라 승객들의 이동과 탈출을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그 임무의 내용이나 중요도가 선장의 지휘 내용이나 구체적인 현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선유도 등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에 의해서도 비교적 쉽게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선장의 아무런 지휘·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가 단순히 비상임무 현장에 미리 가서 추가 지시에 대비하지 아니한 채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다거나 혹은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장과 마찬가지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사망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선박 위험 시 퇴선조치는 선박 위험의 태양과 정도, 선박의 내부구조와 승선자의 선내 위치 및 규모, 수온·조류·기상상황 등 자연조건, 구명장비·구조세력 등에 의한 생존 또는 구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승선자로 하여금 사고 선박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보다 퇴선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최악의 비상상황에서 선박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행하여지는 극단의 조치이므로, 퇴선조치의 필요성이나 시기·방법 등은 선박공동체의 총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에 따라야 하고, 다른 선원들이 함부로 이를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가 구조세력과의 교신과정이나 선내 대기 안내방송 등을 통하여 승객 등에 대한 퇴선조치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장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깊은 피고인 1을 중심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다른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지휘체계에 편입되어 선장의 상황 판단과 지휘 내용에 의존하면서 후속 임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 1이 명시적으로 퇴선조치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명령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결과책임이 따를 수 있는 퇴선조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여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조타실 또는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있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구조세력에 구조요청을 하면서 대기하다가 해경 경비정 등 구조세력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해경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구조작업이 개시된 후에야 피고인 1의 선원들에 대한 퇴선명령이나 해경의 구조유도에 따라 ○○호에서 퇴선하였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피고인 1의 지시에 불응하고 상황 판단에 혼란을 주거나 혹은 다른 승무원들의 승객 등에 대한 구조활동을 방해 또는 제지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간부 선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하여 조타실 또는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함께 있었던 3등 항해사인 피고인 4, 1등 기관사인 피고인 10 등 나머지 피고인들과 달리 승객 등에 대한 유기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피고인 1의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피고인 9는 당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를 직접 보지는 못한 상태에서 함께 대기하던 다른 피고인들의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였을 뿐이며, 그 보고내용 중에는 피해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도 있었고 이러한 상황보고가 허위라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 점, 피고인 9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위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의심하여 퇴선 시 구조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아무도 피고인 9에게 위 피해자들을 데리고 나가자고 제안하지 아니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9가 적어도 퇴선 무렵에는 위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 그렇다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앞서 본 관련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3.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유기치사·치상의 점에 대하여

4.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의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의 점에 대하여

5.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6. 피고인 4, 피고인 5의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7.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8.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 2, 피고인 3의 살인·살인미수 무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과 수난구호법 위반, 유기치사·치상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각 유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살인·살인미수 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과 수난구호법 위반 유죄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다.

9. 피고인 2, 피고인 3의 살인·살인미수 무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주심),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광주지방법원 2014고합180 판결문.hwp

광주고등법원 2014노490 판결문.hwp

대법원 2015도6809 판결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