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비롯해서 법조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일이다. 법률이야 법전에 있으니까 이를 읽고 해석하는 것은 한글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법률해석을 하다보면 때로는 법률 문구의 글자 하나, 점 하나 때문에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가운뎃점' 하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2009년 4월 1일 이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중개를 완료하고 거래계약서를 작성한 뒤 거래계약서에 "서명ㆍ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만약 "서명ㆍ날인"을 하지 않을 경우, 등록관청은 그 공인중개사에 대해 업무정지를 명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사유에 해당된다. 당해 중개행위를 한 소속공인중개사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공인중개사가 함께 서명ㆍ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부동산임대차계약서에 자신의 서명만 하였을 뿐 도장을 찍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고, 구청장은 이를 포함하여 여러 다른 사유를 근거로 업무정지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해 그 공인중개사가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재판도중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서명ㆍ날인"은 서명 또는 날인인지 아니면 서명과 날인인지 여부였다.

좀더 세밀하게 분석하자면, "서명ㆍ날인"의 가운뎃점이 과연 and 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or를 의미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서명이 날인보다 위조하기가 더 어렵고, 서명은 서명자 본인이 직접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계약에 관여했다는 가장 분명한 확인방법이므로 서명만 있으면 날인은 보조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거래관행을 보더라도 계약서에 서명날인이라고 기재되어 있어도 서명만 하거나 아니면 날인만 하는 등 서명날인의 의미가 "서명 혹은 날인"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법원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먼저 1심은 아래와 같이 "서명ㆍ날인"의 의미를 "서명 또는 날인"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그런데 법률행위의 당사자 또는 행위자로 하여금 어떤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서명 및 날인 또는 기명 및 날인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 법문의 규정형식은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 규정하고 있음(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제321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157조 제3항, 민법 제510조, 어음법 제13조 등)에도 공인중개사법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은 '서명 ·날인 으로 규정하여 서명과 날인 사이에 열거된 ' 여러 단어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가운뎃점(·)을 사용한 점, 중개업자에게 거래계약서 또는 확인 · 설명서에 서명 ·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중개한 거래계약의 내용 및 중개를 한 중개업자를 명확히 하여 둠으로써 중개와 관련하여 장래의 분쟁을 방지하고, 만일 중개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중개계약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중개업자가 거래계약서 또는 확인 · 설명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면 충분하다고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인중개사법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의 '서명 · 날인'의 의미는 '서명' 또는 '날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것이다." (서울행정법원 2008.3.12. 선고 2007구합32655 판결)

그러나, 2심의 판단을 달랐다. 2심은 1심과 달리 "서명ㆍ날인"의 의미를 "서명 및 날인" 그러니까 "서명과 날인"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은데, 내용이 길어서 짧게 설명하자면 공인중개사법에 별도로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한 도장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인중개사법의 다른 조문과 그 밖의 다른 법령에서도 "서명ㆍ날인"이라는 표현을 서명 및 날인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① 공인중개사법 제16조 제1항은 중개업자는 중개행위에 사용할 인장을 등록관청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위와 같이 등록한 인장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9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전단 및 제2호는 중개업자가 인장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등록하지 아니한 인장을 사용한 경우에도 등록관청이 6월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② 공인중개사법 제16조 제2항에 위반한 행위로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등록하지 아니한 인장을 사용한 경우와 아예 인장을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같은 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그 중 '등록하지 아니한 인장을 사용한 경우'만을 업무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인장을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는바, 이는 같은 법 제39조 제1항 제7호, 제9호가 '중개대상물확인 · 설명서에 서명 · 날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와 '거래계약서에 서명 · 날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를 따로 업무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있는 점, ③ 위와 같은 공인중개사법 제16조, 제25조 제4항, 제26조 제2항, 제39조 제1항 제2호, 제7호, 제9호의 규정들은 거래계약 당사자 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중개업자의 공정한 중개행위를 담보하기 위하여 중개업자에게 자필로 서명하고 등록된 인장을 날인하게 함으로써 중개업무수행의 직접성과 공식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4항이 '서명'과 '날인' 사이에,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에 사용되는 문장부호인 가운뎃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2항,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2조 제1항,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6조, 범죄인인도법 제19조 제3항 등과 같이 '서명 · 날인'이 '서명 및 날인'을 뜻하는 것임이 분명한 경우도 다수 있고, 공인중개사법에서도 '중개대상물의 확인 · 설명'과 같이 '및'의 의미로 가운뎃점을 사용한 예를 찾아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인중개사법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 소정의 '서명 · 날인'은 서명과 날인을 모두 하여야 한다는 '서명 및 날인'의 의미로 해석하여야 하고, 또한 같은 법 제39조 제1항 제9호는 같은 법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에 정한 거래계약서에의 서명 · 날인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업무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는것이므로, 위 제39조 제1항 제9호 소정의 '서명 · 날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라 함은 서명과 날인 모두를 하지 아니한 경우뿐만 아니라 서명과 날인 중 어느 한 가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도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08.8.26. 선고 2008누9005 판결)

그러면 1심과 2심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릴 상황에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서명 · 날인"의 의미를 "서명 및 날인"의 의미로 해석함으로써 2심 판결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에서 정하는서명 · 날인'은 서명과 날인을 모두 하여야 한다는 서명 및 날인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고, 또한 같은 법 제39조 제1항 제9호는 같은 법 제26조 제2항, 제25조 제4항에 정한 거래계약서에 서명 · 날인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업무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39조 제1항 제9호에 정한 '서명 · 날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란 서명과 날인 모두를 하지 아니한 경우뿐만 아니라 서명과 날인 중 어느 한 가지를 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 2009.2.12. 선고 2008두16698 판결)

이 사건은 법조문상의 가운뎃점 하나가 실제 사건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또 관점에 따라서 서로 얼마나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대법원이 "서명 · 날인"의 의미를 "서명 및 날인"으로 해석하였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서명 및 날인"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2심에서 위와 같이 해석하는 논거를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법률의 제정목적, 입법취지, 다른 조문과의 관계등을 고려해서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있고 난 뒤에, 2009. 4. 1. 국회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종전에 '서명·날인'으로 표현되어 있던 것을 "서명 및 날인"으로 바꿈으로써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였다. 국회도 가끔은 쓸모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변호사 나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