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4 출처 조갑제닷컴 문무대왕

조선일보 존립의 문제가 생길 것

1224일자 조선일보 사설 첫 제목은 "김기춘,우병우에게 농락당한 의원들,이제 특검밖에 없다"이다. 김기춘,우병우가 무엇을 농락했다는 것인가?

사설은 이렇게 지적했다.

"정권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락을 묵인·방조한 혐의도 입증해야 했다. 청문회는 이 본질 근처엔 가지도 못했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김,우 두 사람 청문회가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모른다' '아니다'는 대답만 줄기차게 돌아왔다.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 준 것이 아니라 분노만 더 돋웠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이 법 미꾸라지들이 이렇게 나올 것이란 점은 예상되고도 남았다. 청문회를 앞둔 의원들이라면 김,우 두 사람의 방어논리를 뚫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했다"고 했다. 결국 조선일보 사설은 증인이 "모른다"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 온 것이고 의원들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비론적인 애매한 지적이지만 김,우 두 증인에게 무거운 멍에를 덮어씌웠다. ,우 두 증인이 의원들의 무지막지한 인신공격과 인격살인, 조폭 수준의 언어폭력, 악담과 삿대질, 고함과 호통에 굴복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한 것이 의원들을 농락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농락이란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메모도 하지 못하게 하고 말도 안되는 엉터리 질문에다 부실한 자료로 밀어붙이고 증인들을 윽박지르며 죄인 취급하고 안하무인의 국회의원들이 갑()질만 하는데도 굽실거리며 "" ""만 해야 하는가?

똑같은 청문회를 지켜 본 한겨레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맥빠지게 끝난 우병우 청문회" 제하의 기사에서 "우 모르쇠 전략에 속수무책, 위원들 구체 사실 들이밀지 못하고, 비꼬고 힐난하고 호통 그쳐, 우에 변명기회만 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의원농락 지적보다는 한겨레신문의 지적이 훨씬 예리하고 정확한 분석이다.

우병우 청문회는 우병우 1명과 국회의원18명이 맞붙은 181의 빅매치였다. 심판결과는 우병우의 선방이었다. 결국 멍텅구리같은 국회의원들이 증언은 듣지도 않으려 하고 목소리만 높인 한탕주의가 맹물이 되어 버렸고 악의적으로 몰아붙이려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망신만 당한 꼴이 됐다. 우병우 증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질책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자세라고 본다.

우병우 청문회는 별 것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하고 확대재생산으로 여론을 악화시켜 인민재판을 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법 미꾸라지' 운운하며 증인들을 조롱한 조선일보의 언론답지 않은 작태는 부메랑이 되어 결국에는 조선일보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애독자에 대한 조선일보의 우둔한 감각과 못된 버릇은 조선일보 존립의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